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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프로젝트.

솔직프로젝트 - DAY 6

 

 

" 퇴근길 노을 풍경

  멈추면 큰일 날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쉬지 않고 뭔가 하고 있어야 불안한 감정이 잠잠하기에 마음의 여유를 좀처럼 가지기 힘든 편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심리상담과 명상 그리고 마음 챙김 공부를 하면서 멈춤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한창 멈추면 안 된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있을 때 휴식을 간절히 원했었다. 바닷가 풍경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 시간 보내거나 산에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서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놀러 간다는 생각도 못했지만, 마음의 여유가 생긴 지금도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성격 덕분에 쉽지 않은 일이다.(막상 나가면 잘 노는데, 집 밖에 나가는 게 젤 힘든 집순이다.) 그래서인지 일상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이 참 부럽다.

 매번 출퇴근길이 똑같은지라 창밖 풍경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데 웬일인지 파란 하늘에 눈에 들어왔다. 하늘은 하얀 구름이 늘어서 있고 미세먼지 하나 없이 청명했다. 왠지 노을이 참 예쁘게 물들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지만, 겨울 동안 몸 구석구석 자리 잡은 살들을 생각하며 요가 학원으로 향했다. 보통은 운동하고 나면 해가 사라진 어두운 저녁인데, 여름이 다가와서 그런지 하늘이 서서히 물들고 있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하는 길. 피곤에 찌든 몸뚱이를 침대에 던져놓고 넥플릭스로 달래주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오랜만에 붉은 띠를 둘러맨 바다 풍경으로 향했다. 

 우선 비양도가 잘 보이는 곳에 차를 세워두고 노을 풍경을 사진에 담았다.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 걷고 싶었지만 바닷바람이 어찌나 쌀쌀하던지 도저히 산책할 수가 없었다. 차에 가만히 앉아 거센 바람에 춤추는 파도를 보고 있자니 갑자기 명상이 하고 싶었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아마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일 거다. 지금 현재에 펼쳐진 삶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경험하는 데는 명상만큼 좋은 게 없다고 믿고 있나 보다.(어쩌다 명상이 내 인생에 중요한 가치가 되었는지)

 마보 어플에 있는 구름 보기 명상과 그냥 존재하기 명상을 켜 두고 눈을 감았다. 두 가지 명상 모두 처음 해보는 거라 그런지 느껴지는 감각도 낯설었다. 특히 존재하기 명상을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허용할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항상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는 무의식의 부추김에 힘들었다. 그런데 그냥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가슴이 벅차오르며 따듯한 감정으로 가득 찼다. 눈앞에 펼쳐진 노을이 배경이오 파도의 BGM까지 가세했으니 무얼 하던 어찌 좋지 아니할까.

 주말을 보내고 난 분주한 마음이 드는 월요일. 고된 하루를 마치고는 해안가에 가만히 앉아 물드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보며 마음껏 여유를 누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잠시 멈추고 어디로 흘러가던지 받아들이고 존재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오늘도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고 내가 머물 수 있는 장소가 있음에 감사했다. 그냥 오늘 하루 행복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합니다.

오늘도 나 자신으로 살아준 나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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