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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프로젝트.

솔직프로젝트 - DAY 5

 

 

" 부러움이라는 감정

 질투 나는 사람이라면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반면 부러운 사람은 참 많다. 예쁘고 날씬한 사람이라던가 유머러스하고 사람들과 곧잘 어울리는 사람, 배낭여행을 다니며 영어로 외국인과 거침없이 대화하는 사람, 꾸준히 노력해 결국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고 마는 사람 등. 부러움을 느낄 때마다 내가 너무 싫어진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던데 매일 지기만 하는 인생살이라 그런가?

 이런 생각이 변한 건 우연이었다. 회사를 퇴사하고 더 늦기 전에  한 번쯤 잠시 멈출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난, 일 년 동안 안식기를 보냈었다. 쉬는 동안 나의 목표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었다.(지금까지도 찾지 못한 건 함정) 그리고 다양한 시도와 경험하기였다. 이것저것 하다 보면 그중에 하나쯤은 얻어걸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없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과감하게 행동하지 못했던 것들이 좀 아쉽다. 물론 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조금씩 성장하긴 했지만 말이다. 

 오히려 안식기 기간보다 다시 회사로 돌아온 후 도전했던 일들이 더 많긴 하지만, 어쨌든 안식기 기념 첫 도전과제로 선정한 것은 다름 아닌 글쓰기였다. 왜 하필 글쓰기였을까. 가장 자신 없었기 때문에? 나와 가장 관련 없는 일인 것 같아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는 어려워 보이지 않아서? 아마 가장 솔직한 대답은 나도 글쓰기는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때마침 글쓰기 프로젝트가 개설되었기에 거침없이 신청했다.(그때 왜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까?) 

 처음 프로젝트에 참여하던 날, 글쓰기라는 것은 내가 감히 넘보면 안 되는 분야라 느껴왔기에 괜히 부담스러웠다.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련의 희망과 결국엔 난 잘 쓰진 못할 거라는 믿음 사이에서 참 괴로운 나날을 보냈었다. 부정적인 생각에 꼬리를 물어 부풀리는 작업엔 능수능란했지만, 머릿속에 떠다니는 단어들을 글로 표현하는 일은 서툴렀다. 이런 글을 써도 되는지, 이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면 무시당하지는 않을 지하는 쓸데없는 고민의 나날이었다. 심지어 전자책으로 만들기까지..... 하아. 지나고 나니 추억이 되었지만 그때의 부담감은 정말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다.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하고자 시도했던 일인데, 오히려 과거의 나로 되돌아가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그런 와중에 나만 빼고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다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당당히 해 나가는 것처럼 보였기에 나 자신이 더 초라해 보였다. 하루는 너무 서글펐던 날, 모임이 끝나고 영화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조금 어색하지만 어색하지 않은 척 애쓰던 하지만 속으로 동경하던 언니와 단둘이 영화 데이트였다. 어색한 분위기를 싫어하기에 영화 시간을 기다리며 이것저것 말도 안 되는 주제를 마꾸 늘어놓으며 초조한 마음을 숨겼다.

 이런저런 잡다한 대화를 나누다 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는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근데 그게 어떤 일인지는 모르겠다 말했다. 이제까지 도전하지 못했기에 모르는 것 같아서 경험을 쌓는 한 해를 보내려 한다는 내 말에 언니는 진지하게 자신이 왜 부러운지 물었다. 막연히 부럽다고만 생각했을 뿐인지라 딱 집어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런 나에게 어쩌면 자신을 부러워하고 있는 그 이유가 내가 원하는 것일 수 있다고 그러니 주변에 부러운 친구가 있으면 어떤 점이 부러운 건지 곰곰이 생각해보라고 말해주었다. 

 이 대화를 나눴던 당시엔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좌절하기만 할 뿐 그게 왜 부러운지, 어떤 점이 감정을 자극하는지 들여다보지 못했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내가 원하는 바를 찾아내고 말거라 다짐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점점 이날의 교훈은 잊어버리고 말았다. 다시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에 갇혀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나에게 알려주는 욕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솔직 프로젝트를 하며 다시 마주하니 부러움과 질투의 감정이 나타날 때의 패턴이 보였다. 내가 원하고 있지만 가지지 못할 거라 믿는 것(무의식적으로)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느낀다. 반면 나가 가질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 아직 내 것이 아닌 걸 가지고 있는 사람에겐 질투를 느꼈다. 이렇게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나니 부러움과 질투라는 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왕이면 질투해야겠다는 마음마저 든다. 부러워한다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거니깐. 이왕이면 나 자신을 믿어주는 질투를 하고 싶다. 상대방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합니다.

오늘도 나 자신으로 살아준 나에게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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